뉴욕시에 사우스 브롱크스(South Bronx)는 소외된 학생들이 많은 지역이다. 학업 성취도가 낮다. 이른바 ‘공부 못하는 지역’이다.
초등학교 교사라면 되도록이면 소외 지역을 피하려 할 것이다. 성취도가 낮은 만큼 성과을 내기도 어렵고, 경력을 통해 더 좋은 지역으로 옮기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지역으로 어느 스텐포드 출신의 수학 교사가 간다. 그리고 1년 뒤에 그 교사는 자신이 맡은 반의 학업 성취도를 뉴욕 주 전체의 최고 성적으로 끌어올린다. 이 사건은 브롱크스의 어느 소외된 마을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이 수학교사는 어떻게 1년만에 학생들의 성적을 뉴욕 최상위로 끌어올렸을까?
지금 이 이야기는 ‘수학적 마인드셋(Mathematical Mindsets)’이란 책에 소개된 이야기이다. 국내에는 스탠퍼드 수학 공부법이란 이름으로 번역되었다. 책쓴이는 스탠포드 수학 교육과의 교수인 조 볼러(Jo Boaler)이다. 볼러는 말한다.
“학생들이 수학을 잘 하도록 돕고 싶나요? 그럼 ‘마음껏 실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세요.”
이게 도대체 무슨 뚱딴지 같은 말일까? 마음껏 실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라니? 시험과 평가는 포기하라는 것인가? 그런데 조 볼러는 말한다. “수학 실력은 실수할 때 성장합니다”.
조 볼러는 단순히 뇌피셜만으로 이 주장을 하지 않는다. 이를 뇌과학을 기반으로 설명한다. 우리의 뇌는 답을 맞췄을 때 보다 틀렸을 때 더 활발하게 성장한다. 실수할 때 우리의 뇌에 불이 반짝 들어온다. 학생이 많이 실수할수록 많이 배운다.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실수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이다.
앞서 브롱크스 4학년을 1년 만에 뉴욕 전체 수학 1등으로 만든 초등학교 선생은 조 볼러 교수의 스탠포드 제자이다.
구글의 미친 경영법, 실패 파티
‘실패’를 성장의 묘약으로 삼는 것은 조 볼러만이 아니다. 실제 유명 기업(3M, 혼다, 슈퍼셀 구글)이 실패를 성장의 묘약으로 사용한다. 이는 겉보기에 정말 ‘마법’과도 같은 일이다. 사람들은 실패할 때 좌절한다. 우리 모두는 실패를 싫어하고 두려워한다. 그런데 어떻게 이 기업들은 ‘실패’를 성장의 묘약으로 삼는 미친 짓을 하는 것일까?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인 ‘구글’에 대해 적어보겠다. 구글은 직원들이 ‘실패’를 하더라도 불안해 하지 않도록 한다. 실패에 대한 ‘심리적 안정’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 ‘실패’에 대한 증거가 나오면, 팀은 곧바로 아이디어를 폐기처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동료들이 실패에 대해 ‘박수’를 처주고, 매니저로부터 축하의 포옹을 받기 때문이다. 실패한 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구글의 문화이다.
그렇다면 ‘무조건 실패한다’고 해서 성장하는 것일까? 만약 그러하다면 결코 아래와 같은 짤(meme)이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실패를 성장으로 바꾸는 묘약, After Action Review(AAR)
실패를 성장으로 삼는 지혜는 미군(US Army)의 오래된 지혜이기도 하다. 이 지혜는 세계 2차 세계대전으로부터 시작된다. 미군은 2차 세계 대전 때 비행기 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행동을 한 다음에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른바 실행 후 회고(After Action Review)의 중요성이다. 이제부터는 이를 AAR이라고 부르겠다.
당시 비행기 개발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무엇보다 ‘실행’할 수 있는 횟수 자체가 무척 제한적이다. 실패로 인해 비행기 조종사를 잃을 경우, 그 다음 실험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군에게는 ‘한 번, 한 번의 실험’이 너무나도 중요하였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한 환경이다. 이러한 과정에 깨닫게 된 것이 바로 AAR의 중요성이다.
AAR은 미군이 비행기를 개발하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방법이 된다. 이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해주는 방법론’이 되기 때문이다. 세계대전 이 후 미국은 AAR을 미군의 전방위 산업으로 확대한다. 미군 전체가 이 ‘행동 후 회고’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핵심 방법으로 여기는 것이다.
AAR을 위한 다섯가지 질문, 그 중에 제일은 ‘원인’
AAR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질문이 필요하다.
목표 - 얻고자 한 것은 무엇인가
결과 - 얻은 것은 무엇인가
원인 - 차이와 원인은 무엇인가
개선 -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교훈 -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목표는 행동에서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이다. 가령 아웃도어 매장에서 여름 8월에 매출 3억을 예상하였다면, 이것이 목표가 된다.
반면에 결과는 실제 행동 후 얻게 된 결과이다. 3억을 예상했는데 실제 매출이 1억 6천밖에 되지 않는다. 행동에 대한 결과는 1억 6천이다.
이 두 가지, 목표와 결과를 두고 차이가 발생할 때 이 차이에 대한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이 과정은 다섯가지 과정 중에 제일로 중요한 과정이다. 실제로 그 해에 100년만의 장마비가 내렸다. 이로 인해 매장에 입출입하는 고객의 수가 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로 인해 매출이 1억 6천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이것을 두고 어떻게 해야 할까? 장마비는 자연 기상으로 사람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냥 결과에 대한 원인을 ‘외부 원인’으로 두고 어쩔 수 없다며 손을 놔야 하는 것일까?
회고를 할 때 주의사항1 - 외부 원인에 머물지 마라
원인을 분석하다 보면 외적 요소가 등장할 수 있다. 이것이 결과의 변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장마비’로 인해 매장은 손을 놓을 수 밖에 없는 것일까? 기상 예보를 통해 장마를 미리 알 수는 없을까? 비가 많이 올 때 매장 동선을 바꿀 수는 없는껄까? 비로 인해 쌀쌀해진 날씨에 긴팔 옷을 꺼내 둘 수는 없는것일까?
회고를 할 때 하지말아야 할 한 가지는 ‘외부 원인’에 머물지 말라는 것이다. 외부 요인을 ‘예상’하지 못한 것을 원인으로 두고, 외부 요인에 대한 ‘대안’이 없는 것을 원인으로 두어야 하는 것이다.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우리의 행동으로부터 ‘원인’을 찾아야 한다.
회고를 할 때 주의사항2 - 태도 원인 금지
여기에서 원인을 찾을 때 스스로의 ‘행동’으로부터 원인을 찾게 되면 문제가 하나 생긴다. 보통 한국에서는 이 경우 ‘태도 원인'으로 귀결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어느 한 직원이 한 달 동안 세 번을 지각하였다. 이 행동을 두고 직원은 다음과 같이 스스로의 행동을 분석하였다.
현상: 한 달 동안 세번이나 지각
왜? 늦잠 잤습니다
왜? 이전부터 늦잠자며 지각하곤 해서입니다.
왜? 원래 좀 게을러서입니다.
왜? 부지런해 본 적 없어서 입니다.
다음과 같은 회고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무엇일까? ‘태도적 상황'에서 더이상 깊이 들어가지 못하며 ‘개선’을 위한 행동을 발견하지 못하는데 있다.
반드시 회고는 행동에 대한 ‘개선’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이어져야 한다. 앞서서 ‘늦잠’이 원인이라면, 해당 사원은 스스로가 ‘늦잠’에 대한 원인을 먼저 찾아야 할 것이다. 수면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전날 늦게까지 과음한 것은 아닌지, 늦잠에 대한 ‘원인’을 스스로 분석해야 한다. 만약 원인이 ‘과음’이라면 직원에게는 ‘과음’이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된다. 이른바 교훈을 얻은 셈이다. ‘수면 부족’이 원인이라면, 수면 부족을 관리하기 위한 ‘행동’의 계획을 짜야 할 것이다. 귀가 시간을 관리하던지, 귀가 후 운동을 통해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컨디션 관리를 하는 것이다. 이른바 해야 할 행동, 개선에 대한 대안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이다.
조 볼러 역시 자신의 책에서 이 ‘회고’를 학생들에게 시키는 것을 가르친다. 오늘 수업중 스스로가 했던 ‘실수’를 적도록 하고, 그 실수와 잘못된 개념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를 적도록 한다. 그리고 수업에서 스스로가 알게 된 강점과 약점을 깨닫고, 약점을 끌어올리기 위한 ‘계획’을 스스로 적도록 하고 이를 발표 시킨다.
수학이나 경영이나, 성장에는 모두 ‘실패와 피드백'이라는 묘약이 존재한다. 한국에서 제일로 안되는 것이 이 실패에 대한 긍정적 피드백이기도 하다. 남들이 다 안되는 것을 ‘경쟁력’으로 삼는다면 당연 남들보다 앞서 성장하는 조직이 될 수 밖에 없다.
수학 공부에서 피드백을 통한 성장 방법은 조 볼러의 책을 참고 바란다. 조직 문화에서 피드백 적용은 김경민 강사님의 강의가 가장 잘 정리되어 있다. 해당 강사는 국내에 AAR을 오래전부터 소개해 오시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