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할 때, 졸업 기념으로 무언가 ‘공대’ 스러운 기념품을 하나 가지고 싶었다. 때마침 파기하는 디스크가 많이 있었는데, 이를 가지고 시계를 만들면 좋겠다 생각을 했었다.
그때 만든 시계를 지금도 잘 가지고 있었다. 최근에 캐드를 만지기 시작하면서 연습 삼아 만들어볼 꺼리를 찾고 있던 중에, 이 시계를 담을 수 있는 ‘시계 케이스’를 만들면 좋겠다 생각을 하였다.
프리캐드를 사용하면서 변수를 지정해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였다. 그러던 중 ‘스프레드 시트’를 쓰면 변수 지정이 가능한 것을 알게 되었다. 스프래드 시트에서 변수로 지정하고자 하는셀에 alias를 할당한 뒤, 할당한 alias 이름을 오브젝트에서 불러오면 된다.
변수를 쓰게 되면 장점이 ‘판자의 두께’라던지, 공간의 넓이 등을 수정하여도 의도한 규격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무판 두께를 몇번 바꾸어 보면서 어떤 나무가 적절할지를 고민한 후 최종 시안을 결정 하였다.
뚜껑을 열었을 때 앞으로도 열리고 위로도 열리도록 해서 꺼내기도 쉽고, 내용을 확인하기 쉽게 설계를 하였다. 열리기 위해 접히는 부분은 나무판의 두께만큼 잘라냈다.
설계 후 나무 재단은 아이베란다에 주문 하였다. 나무만 딱 7,000원이 들었고 그 외에 힌지와 걸쇠, 나사, 그리고 직접 보고 싶은 파츠 몇 개를 더 추가해 배달비 포함 만 사천원 정도가 소요되었다. 이 외에도 규격별로 주문을 받아주는 업체들이 있는데, 7.5T 합판을 아이베란다에서만 지원해줘서 아이베란다에 주문서를 넣었다.
설계를 토대로 실제 결과물을 얻게 된 첫 작품이다. 생각하는 규격대로 정확하게 결과물이 밀리미터 단위로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 정확히 디스크 시계가 케이스에 안착이 되는 것이 딱 ‘고급 시계 케이스’ 느낌이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캐드 만으로는 규격만 확인이 가능하며 ‘질감’을 직접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금속 시계가 나무 케이스로 들어가니 서로 조금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다음번에는 기회가 된다면 금속 시계에 어울리도록 나무 케이스를 ‘은색 페인트’로 도포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