돕소니언 망원경 자작을 해보겠다 생각을 하게 되면서, 이것 저것 알아보던 중 미러 셀 지지 포인트 위치 최적화로부터 시작을 하게 되었다. 망원경 제작을 하는데 있어 가장 핵심인 부분이 거울을 담고 있는 '미러 셀 박스'이고, 이 미러셀 박스를 만드려면 결국 '몇 개의 지지대'를 사용하여 거울을 지탱할 것인지에 대해부터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국내에서 돕을 제작하시는 분들은 9개의 포인트를 '세 개의 지지점'으로 지지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형태가 12인치 정도에서 국내에서 사용되는 일반적인 형태로 여겨진다. 9개의 점을 각각 3 개씩 묶어 지지하는 형태이다. 그리고 '로프'를 망원경의 옆구리에 걸어 망원경을 기울일 시에 '미러'를 지탱해주는 식이다.
그런데 해외 메이커들의 자작 미러 셀을 살펴보면 의외로 '6포인트 셀'을 많이 볼 수 있었다. 12인치 구경의 반사 망원경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형태였다. 6포인트의 경우 세 개의 포인트를 '두 개씩' 묶어 지지하기 때문에, '9포인트 셀'보다 제작이 훨씬 용이하다.
미러를 지지하는 방식 역시 '로프 방식'이 아닌 경우를 많이 보았다. 위의 방식 처럼 둥근 미러의 '90도'에 위치한 지점 두 곳에 '로울러'를 사용하여 미러를 지지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필자가 본 '미러셀 포인트'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모습은 네덜란드 제작자 Roel이 12인치 f/4, GSO 미러에 사용한 4 포인트 미러셀이다. Roel은 다양한 사이즈의 망원경을 여행용 망원경(Travel Dopsonian)으로 제작해왔고, 12인치를 만들기 전에 10인치를 먼저 만들었다. 10인치에서 3 포인트 로 작업을 한 후, 12인치를 만들 때 3 포인트는 안전된 지지를 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스스로 찾아낸 것이 4포인트 미러셀이다. 저 기이한 행동에 대한 댓글 중에는, 포인트 최적화에 있어 6포인트 보다 4포인트가 더 안정적효율적이라고 설명을 하는 댓글도 보이는 점이다.
필자가 만들고 싶은 것은 경량화에 초점을 맞춘 '여행용 돕소니언'이다. 할수 있으면 최대한 단순하고 가볍게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외 제작자들 처럼 최대한 '기하학적 원리'에 따른 최적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6포인트 셀을 만드려면 3개의 '지지봉'을 가각의 나사로 지탱해 주어야 한다. 지지봉이 나사 끝에서 자유롭게 기울어지면서도 이탈되지 않도록 설계 해야 한다.
당장 9포인트가 아닌 6포인트로 미러셀을 만들려 하더라도, 구조도 단순해지며 무게와 동작 모두를 최적화 할 수 있다. 사분면으로 움직일 수 있는 구형 조인트에 삼각 플레이크에 올릴 필요 없이, 시소 처럼 움직이는 관절 위에 막대기만 올리면 된다. 다만, 이 막대기가 올라가고 막대기의 '높이'를 조절하여 주경 방향을 맞출 수 있는약간의 공간은 필요할 것이다. 만약 4 포인트를 쓴다면? 2 개의 포인트를 작대기 하나로 시소처럼 움직이게 해서 고정하고, 나머지 2 개는 '나사'로만 받처주면 된다. 막대기 높이를 조절할 필요 없이 나사 2개 만으로 방향 조절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제작과 공간 모두가 최적화가 가능해진다. 미러셀을 직접 만들려고 고민하면서 왜 Roel이 4포인트를 사용하였는지 많은 부분을 알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 역시 정말로 4포인트로 충분한 '안전'이 확보될 때 이다. 결국, 1) 포인트 사용에 있어 그 '안전성'을 확신할 수 있어야 하며, 2) 정확한 포인트의 위치'를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해외 메이커들은 어떻게 포인트의 위치를 찾고, 그 위치가 안전한지를 확신할 수 있었을까?
천문 관측 및 돕소니언 제작과 관련하여 가장 오래된 커뮤니티는 cloudynights.com 이다. 무려 1979년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이 곳에서 ‘미러 셀 지지 포인트’에 대한 논의 글을 하나 찾았고, 그 안에서 수많은 의견들과 아이디어를 볼 수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10인치 f/5 34mm 두께의 미러셀 지지대에 있어 9포인트 보다 6포인트가 더 ‘안정적’이란 의견이다.
이는 결국 해외 메이커들이 사용한다는 PLOP이란 포인트 최적화 프로그램을 살펴보게 되었다. 프로그램을 찾는데 조금 애를 먹었다. 해외 사이트에 걸려있는 링크는 죽어 있었고, 국내 카페에 수소문을 하였지만 찾을 수 없었다. 분명 돕소니언 제작은 요즘도 계속 할텐데, PLOP이란 프로그램이 없으면 뭘쓰는거지? cloudynights.com 사이트를 검색을 해서 다운로드 링크가 바뀐것을 결국 찾아냈다.
PLOP은 Plate Optimizer의 약자로서, 미러셀 설계에 있어 ‘포인트’의 개수에 따른 최적화 위치 및 안정도 정도를 평가하고 이에 따른 설계를 돕는 프로그램이다. 반사경의 지름과 두께, f 비율 등을 입력한 뒤 ‘몇 개의 포인트’를 사용할지 결정하여 주면,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포인트의 위치와 그 ‘안정도’를 계산하여 준다.
Automatic Cell Design을 누르고, 각 수치들을 입력후 다음을 누르면
핀포인트를 지정하라고 나온다. 완료를 누른 뒤 Start Plop을 누르면, 최적화 계산을 해준다.
클라우드나잇츠 글타래에 따르면, 포인트 개수에 따른 최적화의 안정도 여부는 RMS Erro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필자의 12인치 f/5, 35mm 반사경에 9 포인트 최적화 값을 계산했을 때 1.5의 RMS error를 촥인할 수 있었다.
3포인트를 넣고 계산했을 때는 RMS error가 6.6을 넘어선다. 안정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RMS가 5 아래로 내려와야 한다고 한다. 만약 RMS가 그 이상을 넘어서게 되면, 반사경이 기울어지는 정도에 따라 유리의 특정 부위에 하중이 집중된다. 우리 눈에 유리는 ‘고체’ 상체이지만 실제로는 ‘액체’ 상태이다. 하중이 한쪽으로 집중될 경우 미묘하게 유리가 굽어지면서 상도 뒤틀릴 뿐더러 반사경 자체에도 좋지 못하다.
그리고 흥미로운 사실 한가지를 목격하였다.
6포인트로 계산을 했을 때, 9포인트보다 오히려 낮은 RMS Error를 구할 수 있었다. 이른바 최적화된 포인트 개수 이다. 이것을 보고 나니 클라우드나잇츠의 회원 중 9포인트 셀은 최적화 되지 않았다 라고 한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문자 그대로 9포인트는 ‘최적화’된 값이 아닌 것이다. 핀의 개수도 많을 뿐더러 오히려 6포인트 보다 RMS Error 값이 높다.
결국 최적화된 핀의 개수와 위치는 반사경의 크기, 두께, 굴곡(f비율) 등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같은 구경에서도 두께와 굴곡에 따라 최적화의 개수와 위치는 달라질 수 있으며, 또한 사용자가 정확히 ‘어떠한 망원경’이 필요한지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다. 가령, 클라우드나잇츠 회원 중에는 반사경에서 발생하는 ‘난시’를 무척이나 불편해 하는 회원이 있다. 해당 회원은 난시가 불편하여 ‘핀 개수’를 많이 사용한다고 설명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4포인트 셀 지지대는 가능할까?
RMS Error값을 5 아래로 허용한다면, 4포인트 셀은 가능하다. 9포인트 1.5와는 두 배 차이, 6포인트 1.2와는 2.5배의 차이가 발생하긴 하지만 실제로 이는 매우 ‘미미한 수치’에 해당한다고 한다. 특히나 사진이 아닌 안시의 경우 이정도 범위의 미러 뒤틀림을 육안으로 구분하긴 어려울 것이다. 만약 포인트 2개를 포기하고서 훨씬 단순하고 가벼운 망원경을 만들 수 있다면, 필자에게 4 포인트 미러셀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결국 미러셀 포인트는 개수가 많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1) 미러의 규격에 따른 최적화가 필요하며, 2) 망원경의 목적에 따른 선택이 있어야 함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