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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수가, 예배 녹음을 깡그리 날려먹었다

생성일
2021/01/17 08:40
수정일
2023/03/06 02:11
태그
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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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처음으로 예배 송출을 라이브로 시도하는 날이다.
라이브 예배 송출을 위해 그동안 많은 준비를 하였다. 카메라 구매하고, 비디오 캡쳐보드 구매하였다. 그런데 캡쳐보드를 장착하려니 정작 메인 보드에 들어가지 않았다. 슬롯의 크기가 달라 꼽을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컴퓨터 마저 새로 구매하는 지경까지 가게 되었다. 배꼽을 샀는데 결국 그 '배꼽에 맞는 배(데크스탑)'까지 사고서야 겨우 예배를 라이브로 송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배 송출 방식이 녹화 전송에서 라이브 송출로 바뀌게 되면서, 일이 많아졌다. 카메라 연결을 하고, OBS 세팅을 하고, 자막이 필터를 통해 화면과 겹치게 하는 등의 준비를 하였다. 그 전날 점검하고 왔어도 당일날 시작 전에 확인하고 점검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그런데 오늘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가는 날이 장 날이라고, 음향 담당자하는 고등학생 친구가 하필이면 오늘 안드로이드 폰에서 아이폰으로 바꿔 왔다. 교회 음향은 디지털 음향이라 앱 없이는 조작이 안되는데, 하필 아이폰은 유료 앱이다. 예배시작 30분 전에 학생에게 앱 결재해서 쓰라고 할 수도 없고, 앱 조작 방식도 다르다. 내 패드는 설교때 들고 올라가고, 내 핸드폰은 녹화용으로 걸어둔다. 그래서 대신 남는 노트북을 주었다.
오늘은 진짜로 장 날이다. 거기에다 하필이면, 시험판으로 써오던 멀티 채널 녹음 프로그램(Logic X)의 시험판 사용 기간이 만료되었다! 그 사실을 녹음하려고 연결하는 순간 알게 되었다. 25만원 가량 하는 고가의 앱을 당장에 결재할 수도 없고, 그래서 오늘은 멀티 녹음 없이 전체 녹음만을 받아 가기로 결정하였다.
그런데 이놈의 '장'이 도무지 끝나지를 않는다. 예배용 컴퓨터를 바꾼 상황이라, 기존에 써오던 녹음용 프로그램이 설치가 안되있었다. 부랴부랴 녹음을 위해 설치를 하였는데.... 하필이면 '애러'다. 담당자도 할 말을 잊고, 나도 할 말을 잊었다. 짧은 시간, 고민 끝에 '영상'과 함께 녹음되는 '사운드' 하나만을 믿고 가기로 하였다. 그동안 '2중', '3중'으로 준비해놓은 방어막이 오늘은 다 뚫렸다. 이제 믿을 것은 '본진'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결국 '초대형 참사'로 이어지고 말았다

찬양에서 설교로 넘어갈 때 마이크를 바꾼다. 이 과정에서 음향 담당자는 기존의 마이크를 끄고(mute), 새로운 마이크를 열어주어야 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타이밍에 담당자가 노트북을 닫아버렸다. 조작이 익숙하지 않아서이다. 급한 상황에서 노트북과 앱을 활성화 하여 뮤트를 넣어줄 타이밍이 안된다. 노트북을 가지고 있는 음향 담당자 외에, 믹서를 조작할 수 있는 담당자는 방송실 담당자이다. 그런데 방송실 쪽은 이러한 디테일한 내용을 모른다. 그래서 설교를 위해 가지고 있는 내 아이패드의 앱을 바꾸어 내가 조작을 하였다. 찬양 마이크 끄고, 설교 마이크 켜고, 소리가 잘 들린다. 그리고 열심히 설교를 하였는데.....

예배 후 장로님 왈 "예배당 스피커가 소리가 안나와!"

이게 무슨 말일까? 당장 무선 마이크를 들고 확인해보았다. 정말로 안나온다. 무슨 일이지? 녹화본을 열어보았다. 설교 소리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 큰일이다. 믹서 어플리케이션을 열어보았다. 메인 아우풋의 소리에 뮤트가 걸려있었다. 그래서 메인 스피커에 소리가 나오지 않은 것이고, 라이브 송출을 하면서 녹화 해놓은 녹화 영상에도 소리가 녹음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보통 이런 경우 방법이 있다. 멀티 채널로 받은 녹음본을 가지고 믹싱 작업을 하여 영상에 입히면 된다. 멀티 녹음은 채널 뮤트와 상관 없이 들어온다. 그런데.. 오늘 하필이면 그 녹음을 받지 못한 날이다.
마지막 남은 본진마저 뚫렸다..

그렇다, 오늘은 '진짜' 장 날이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아.. 오늘 설교 잘 되었는데, 그걸 날리게 되나? 열심히 준비 했는데.. 이거 어쩌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순간에 멘탈이 제대로 깨졌다.
한 주간의 예배를 준비한다는 것은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 설교 본문을 분석하고, 이를 놓고 열 페이지 가량의 원고를 작성하고, 예배 앞 뒤의 찬양과 기도를 준비한다. 그리고 그렇게 준비한 예배를 영상으로 찍고, 녹음 된 소리를 별도로 믹싱하여 성도님들에게 보낸다.
그런데 그러한 모든 노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버린 것이다. 좌절감이 밀려왔고. 허탈감에 몸서리가 쳐졌다. 어떻게 해서도 예배 녹음을 살릴 수 없다는 생각에 '난 여기 뿐인가' 하는 생각이 지워지질 않았다. 예배 후 허탈한 기분에 휩싸여 바닦에 주자 앉아 있기만 하였다.
...
그렇게 모든 것을 포기한 순간... 내 눈 앞에 들어온 것이 하나 있다.
그렇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하여, 예배당 앞에 녹화용으로 세워둔 핸드폰이 있었다. 정갈하게 믹싱된 소리가 들어가지는 않지만, 핸드폰 마이크를 통해 수음된 소리도 녹화되어 있다. 깔끔하지는 않더라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의 소리는 된다.

할렐루야

매번 저 핸드폰을 걸면서 고민을 했었다. '꼭 이거 매번 걸어야 할까? 귀찮은데, 카메라 하나만 잘 관리하면서 녹음해서 쓰면 되지 않을까?'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으로 걸어놓은 핸드폰이 오늘의 예배 영상을 살리게 되었다. 본진이 뚫렸는데, 습관적으로 쳐놓은 작은 멀티 하나가 날 살린 셈이다.
그런데 메인 뮤트는 왜 들어갔을까?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메인 스피커 뮤트는 마이크 전환을 위해 내가 패드 앱을 바꾸어 조작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눌러진 것이다. 나 역시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서 앱을 조작한 것이라 아마도 잘못 눌려진 것으로 여겨진다. 내 실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역할 위임이 엉클어지고 여러가지 변수가 맞물려 나타난 결과이다.
오늘 일을 바탕으로, 다음번에는 이러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믹서 담당자에게는 조작용으로 저렴이 패드 하나 사주고, 방송실에는 전체 메인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좋은 스피커 하나를 넣어주기로 하였다.

실수와 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막는 것은 2중 3중의 '방어책'과 '준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