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운전할 때 우리는 ‘계기판’를 참고한다. 계기판에는 운전에 있어 필요한 많은 정보들이 담겨있다. 기름 보유량, 앤진 온도, 속도. 상황에 따라 차에 문제가 생기면 계기판은 우리에게 ‘경고 신호’를 보낸다. 자동차가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기 까지 계기판은 운전자를 돕는다.
기업 경영에도 ‘계기판’이 필요하다. 경영 계기판은 현재 기업의 운영 사항을 한 눈에 보고, 이를 통해 업무 성과와 진행 사항등을 알 수 있게 한다. 경영자는 계기판을 통해 충분히 목적하는 바를 이루고 있는지를 가늠하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 계기판이 무조건 ‘수치화’ 하여 그 수치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만약 자동차 계기판에 ‘속도계’만 달아놓고 ‘앤진 온도’와 ‘안전등’을 제외한다면 어떻게 될까? 열심히 엑셀을 밟아 목적지에 도달하였으나 이내 자동차는 앤진 과열로 퍼질 수 있다. 계기판을 만드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기업’과 ‘부서’가 목적하는 바에 맞게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수치화’를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 수치가 기업에게 왜(why) 필요한지에 대한 정의(definition)가 있어야 한다.
성과 이전에 과업을 정의하는 것은 중요하다. 과업 이전에 일의 이유(사명)을 정의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세 벽돌공의 이야기가 있다.
어느날 한 신사가 지나가던 길에 사람들이 벽돌을 쌓고 있는 것을 보았다. 문득 신사는 그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궁금해 묻기 시작한다.
신사 : 지금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벽돌공1 : 보시다시피 벽돌을 쌓고 있지요.
신사는 지나가던 또 다른 벽돌공에게 같은 질문을 하였다.
신사 : 지금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벽돌공2 : 돈을 벌어 가족들을 먹여 살리려고 벽돌 쌓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신사는 지나가던 또 다른 벽돌공에게 같은 질문을 하였다.
신사 : 지금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벽돌공3 : 저는 지금 가장 아름답고 우아한 대성당을 짓는 일에 벽돌 쌓는 것으로 참여를 하고 있습니다. 이 성당이 완공되고 나면, 수많은 사람들이 이 성당으로부터 마음의 평안을 얻게 될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가 경영에 대한 설명에 사용하는 예화이기도 하다. 상황에 맞게 약간의 각색을 하였다.
세 벽돌공에게는 각자 다른 동기가 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벽돌공 셋에게는 모두 각자의 동기가 있다.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의 책의 관점을 보았을 때, 동기의 유형이 이야기 안에서 드러난다. 벽돌공1에게 일의 동기는 타성에 있다. 지금껏 그렇게 해왔고, 남들이 다 하고 있으니 자신도 하는 것이다. 이는 성과의 동기에 있어서 가장 좋지 않는 동기이다.
벽돌공2에게는 1과는 다른 동기가 있다. 바로 수입 이라는 동기이다. 하지만 이 동기는 ‘외적 동기’에 속한다. 이 동기만으로는 일 하는 사람에게 일의 즐거움을 줄 수도 없고, 일을 통한 성장을 경험시켜 줄 수도 없다. 당연히 일 자체에 대한 이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벽돌공3에게는 ‘가장 아름답고 우아한 대성당을 짓는 일에 벽돌 쌓기로 참여’한다는 동기가 존재한다. 이것은 내적 동기이며 직접적인 동기이다. 벽돌공3은 같은 일을 하면서도 남들과는 다른 성과를 낼 수 있다.
이 이야기를 가지고 쌓는 벽돌의 갯수를 ‘성과’로 가정을 해보겠다. 벽돌공 셋이 동일하게 하루 ‘백 장’을 쌓았다. 이 상황에서, 관리자는 벽돌공들에게 내일부터 하루 성과를 120장으로 올리라고 하였다고 가정해보겠다.
벽돌공1은 자신이 왜 스무장을 더 쌓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벽돌공1에게는 성과를 늘려야 한다’고 말을 하더라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반발을 하거나 혹은 기존의 성과를 그대로 유지할 확률이 높다.
벽돌공2의 경우 자신들의 가족들을 부양 해야 하니 생산량의 요구에 어느정도 따라와 줄 수는 있다. 하지만 벽돌공2의 동기는 ‘수입’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일에 대한 즐거움이 떨어지거나 혹은 더 많은 수입을 요구할 수 있다.
반면 벽돌공3은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왜 성과를 늘려야 하는지 이유를 물을 수도 있다. 벽돌공3의 경우 그 ‘이유’가 충분히 합당한다면 성과를 늘리는데 충분히 스스로의 동기로 동참하고 일조할 수 있다.
이해하기 쉽도록 사람들에게 익숙한 예화를 들어보았지만, 생산직 근로자 입장에서는 위의 예화에 충분히 동의되지 않을 수도 있다. 여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각자의 역할(직무)이 있다면, 역할에 대한 ‘이유’가 존재하고 이것을 경영자와 팀장이, 팀장과 팀원이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경영 계기판 설계’에 적용이 되어야 한다.
만약 이것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경영적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특정 부분의 성과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이유(why)에 대한 공유 없이 그저 수치로만 의사 전달을 하게 되면 이를 받는 사람들이 반발을 하거나 혹은 오해를 할 소지가 있다. 전략적 이유로 특정 부분의 성과를 평소의 120%로 올려달라 요구한 것인데, 팀장들은 이것을 통해 성과를 못 낼 시 ‘정리해고’ 당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직무에 사명(고객 가치)을 포함하여 과업을 재정의하라
직무는 단순히 각자가 맡은 일이 아니다. 여기에는 사명이 포함이 되어야 한다. 기업과 부서의 사명은 무엇으로 나와야 할까? 당연히 ‘고객’으로부터 와야 한다. 단순히 맡은 일이 아닌, ‘고객의 가치를 창조하는 일’로 다시 정의를 해야 한다. 피터 드러커의 생각 처럼, 기업이 사명과 부서의 과업은 모두 고객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성과 지표로 사용하는 균형성과지표(BSC)나 KPI, OKR은 모두 이런 과정들이 ‘선행’ 된 후 나와야 한다. 그래야 각자의 역할에 대한 이유(why)가 주어지고 왜 그 지표가 필요한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게 되지 않으면, 경영자가 목표하는 지표에 조직이 충분히 따르기 어려울 수 있다. 엑셀을 밟아도 차가 나가지 않을 수도 있다. 벽돌공1처럼 성과를 올리라고 하더라도 타성으로 인해 평소의 성과를 그대로 유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혹은 열심히 일을 시켜 지표에 다다르더라도 점점 조직은 망가질 수 있다. 엑셀을 열심히 밟아 목적지에 다다르고 나니 자동차 앤진이 과열로 인해 손상될 수 있는 것 처럼 말이다. 목표에 왜 도달해야 하는지 이유를 알지 못하는 팀원들은 일에 지처 조직에서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 계기판 세팅은 단순히 경영적 상황을 ‘수치화’ 하는데 있지 않다. 각 수치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충분한 ‘이유’가 각자에게 ‘공유’되어야 하는 것이다. 운 전자가가 자동차 ‘엑셀’을 밟을 때, 엔진까지 필요한 기름을 끌어 올리고, 필요한 만큼 분사하여, 필요한 만큼 엔진 속도를 올릴 수 있는 것 처럼 조직의 부서와 구성원은 ‘지표’와 ‘목표’에 대한 분명한 이유가 각자의 위치에서 정의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