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방에 책상 옆에 선반이다. 육안으로 보이는 것 처럼 선반이 수납장 옆으로 튀어나와 책상을 밀어내는 식으로 되어 있다. 가로세로 43센치 선반인데, 옆의 수납장과 높이를 맞추기 위해 오래전에 그라인더로 다리를 잘라 높이를 맞췄다.
이렇게 놓고 쓴지가 10년이 가까이 되었다. 그런데 최근에 책상 반대편으로 ‘안마의자’가 들어왔다. 흔들의자처럼 생긴 안마 의자인데, 매우 공교롭게도 8센치가 모자라서 책상 옆 빈 공간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튀어나와 있다. 아버지 방에는 물건들이 많다. 가족들이 식사하는 테이블도 있고, 운동하실 때 타는 자전거도 있다. 안마 의자가 책상 옆 빈 공간으로 들어가면 좋으련만, 8센치가 모자라 넣지 못하는 아쉬움이란….
그런데 공교롭게 그 8센치가 딱 저 ‘선반’이 밀어내는 길이이다. 그런데 선반이 저렇게 밀어내는 이유가 있다. 방의 모서리가 각지지 않고 ‘타원형’으로 되어있어, 코너 구간이 선반의 ‘모서리’를 밀어내는 것이다.
저 선반에는 아버지가 즐겨 듣는 오디오와 CCTV가 올라가 있다. 오디오는 옆으로 치워도 되지만 CCTV는 건들 수가 없다. 이미 배선이 저 자리에 잡혀있어서이다. 결국 저 공간이 효율적으로 활용이 되려면 ‘모서리’가 가공된 선반이 있어야 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를 놓고 고민을 많이 해왔다.
어제 밤 차를 마셔서인지 잠은 오지 않고.. 결국 머릿속에 고민하던 ‘아버지 방 선반’을 캐드로 그려보았다. 기본적인 디자인은 가로 세로 43cm, 높이 83cm의 단순한 선반에서 한쪽 모서리를 잘라낸 다리 네 개에 오각형 구조이다.
디자인1: ㄱ자 다리
첫 번째 디자인은 ‘각진 나무 다리’를 이용한 디자인이다. ‘아이베란다’에서 가공하여 판매하는 ‘ㄱ자 나무다리’ 이다. 선반이나 책상을 만들때 요긴하게 활용된다. 그런데 막상 가공을 해놓고 보니까 생각보다 가격이 높았다. 83cm 다리 세 개만 해도 3만 8천원 정도 견적이 나왔다. 어차피 저기로 들어가는 선반은 ‘흔들릴’ 이유가 없으며, 무게가 많지 않은 CCTV와 오디오 플레이어가 들어갈 자리이다. 다리가 저거보다 얇아도 괜찮겠다 생각을 하여 첫 번째 디자인을 토대로 두 번째 디자인을 해보았다.
디자인2: 각목 다리
두 번째는 36mm * 36mm 각목을 이용한 디자인이다. 선반을 안전하게 받칠 수 있도록 다리 사이에 동일한 각목을 끼워넣었다. 가격이 반 이상이 내려갔으며, CCTV와 오디오를 두기에 충분해 보였다.
타원으로 꺽이는 모서리는 가로 세로 10cm를 잘라낸 뒤, 12t 자작 합판을 10m 폭으로 잘라 모서리용 다리로 데었다. 캐드로는 반영하지 않았지만 모서리용 다리에 36mm 각목을 10cm 길이로 잘라 선반을 받칠 수 있도록 버팀목으로 댈 것이다. 맨 위에 선반은 모서리용 다리 위에 걸쳐저 별도의 버팀목이 필요 없다.
맨 위 선반 바로 아래 선반은 12t 자작합판으로 칸막이를 하였다. 추수 선반 활용에 있어 맨 위 뚜껑을 ‘반’으로 가른 뒤, 경첩을 두 개 달아 ‘위’에서 열고 닫고 할 수 있는 구조로 할 생각이다. 오디오를 치운 뒤 CCTV를 맨 위에 두고, 그 아래에 ‘어뎁터’와 ‘멀티탭’을 둘 생각인데 간단히 위에서 뚜겅을 재껴 멀티텝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한 구조이다. 어떤 식으로 위에서 개패할 것인지는 다음번에 자세히 보여드려 보겠다.
해야겠다
디자인을 한 후 이에 필요한 재단을 아이베란다에 넣었을 때 가격이 나무 가격만 육만 사천원이 나왔다. 나무는 자작 합판으로 계산하였는데, 미송 합판을 사용할 경우 훨씬 더 저렴하게 제작이 가능할듯 하다. 자작 나무에 경첩과 하도, 택배비 포함하면 7-8만원 선에서 선반을 만들 수 있을듯 하다. 방에 가구들이 하얀색이어서 단순히 하얀색 젯소 하도만을 발라도 방에 자연스럽게 어울릴듯 하다.
어머니께 디자인 두 개를 보여드리고, 나무 종류와 마감(페인트칠 또는 우드 스테인) 방법에 대해 의논한 뒤 주문을 넣어보도록 해야겠다. 지난번 디스크 시계 케이스 제작 이 후로 두 번째 작품이 될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