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경영 기초세우기 그 네 번째 시간, ‘컬처북 만들기’이다.
컬처북이 무어냐, 일단 이건 잠시 좀 뒤로 넣어두고 이른바 오늘날의 ‘조직 문화 트렌드’를 좀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오늘날에 기업들 중에 소위 ‘잘 되는’ 기업이 있다. 이러한 기업은 소비자가 기업이 내놓은 ‘시장’에 떠나지 않고 계속 머물러 있다. 이른바 고객이 시장을 떠나지 않는다. 이러한 기업들에게는 분명히 ‘잘 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중 한 가지는 기업들이 추구하는 ‘규정 문화’이다.
그렇다면 과연 오늘날에 ‘잘 되는 기업’은 어떠한 경향, 트렌드를 가지고 있을까? 두터운 ‘규정집’을 고수할까? 아니면 ‘최소한의 규칙 문화’를 추구할까?
이와 관련해서 화자가 되는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넷플릭스’이다. 사내 규칙을 ‘최소화’하여 심지어 ‘규칙 없음’을 표방하기까지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넷플릭스니까 가능한 것 아니냐. 요즘 트렌드라고 무조건 따라가는 건 아니지 않냐’. 물론 그러하다. 잘 되는 기업이 규칙을 줄인다고 해서 ‘무조건 규칙을 줄이는 것’이 그 목적에 있지 않다. 기업들이 이렇게 자신들의 규칙을 줄여가면서까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기민한 조직 구조’이다. 기민한 조직 구조를 가져가기 위해 요즘 기업들이 추구하는 조직 문화가 ‘애자일(Agile)’ 조직 문화다.
과거의 의사 결정 방식은 ‘탑-다운’방식이다. 위에서 의사를 결정하고 밑에서 결정된 의사를 실행한다. 많은 기업이 이 구조를 고수해왔다. 그런데 오늘날의 상황에서 이러한 ‘의사결정-실행’ 구조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그것은 ‘시시각각 변하는 고객의 입맛’을 쫓아가기 어려워지는 점이다. 몸뚱아리가 커다란 만큼, 기업이 그곳을 향해 나아가기가 너무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주목받는 구조가 ‘고객’을 중심으로 각각의 ‘팀’을 두어 움직이는 형태이다. 의사소통과 의사 결정 범위를 팀으로 한정한다. 그리고 각각의 팀이 ‘고객’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움직이도록 한다. 마치 집단의 ‘정어리 떼’가 한 몸뚱이가 되어 목표를 향해 움직이듯이 조직 구조를 가져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가장 대표적인 조직 구조가 바로 아마존이기도 하다. ‘팀 내 인원은 피자 두 판을 시켰을 때 모자라지 않으면 충분하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팀 인원이 8명 이내여야 한다는 것이 아마존의 조직 운영 방침이다. 의사소통을 통한 의사 결정 범위를 여덟 명으로 한정하여 고객과 시장의 상황에 따라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규칙을 없애는 것’은 이러한 조직 구조 변화의 맥락에 있다. 목적을 추구하는 데 있어 ‘쓸데없는 규칙’은 걷어내고 온전히 목적을 추구해 나가는 데 집중할 수 있는 조직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것을 위해 규칙을 ‘모두’ 없애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의 원칙’만을 두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규칙 없음’은 방종으로 가자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원칙’만을 남겨두자는 것이다.
규정보다 역할, 역할모다 목표, 목표보다 목적
규정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역할이 중요하다. 역할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역할에게 주어지는 ‘목표’가 중요하다. 목표를 이루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 목표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 즉 기업의 ‘사명’이 중요한 것이다.
국내에 이러한 트랜드를 따라가는 기업이 있다. 바로 배달의 민족이다. 자체적으로 50페이지가량의 조직 문화 기술서 존재하기도 하다. 자신들만의 규칙을 아래와 같이 ‘간단하게’ 요약하여 전달하기도 하다.
남들이 ‘규칙’을 줄인다 해서 무조건 줄이는 게 장땡이 아니다. 해당 기업의 ‘가치’에 맞게 줄여야 한다. 넷플릭스가 출퇴근을 없앨 수 있는 이유는 출퇴근 없이도 필요에 따라 일을 하기 때문이다. 휴가를 없앨 수 있는 이유는 휴가 가서도 노트북 가지고 필요시 업무 대응이 가능해서이다. 이 보든 것은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그러니까,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규칙’이 세워져야 하는 것이다.
요즘 기업들은 이러한 ‘규칙’을 ‘컬처북(또는 컬처덱)’이란 형태로 만들어 배포를 하고 있다.
이렇게 ‘컬처북’ 형태로 만들어놓으면 활용 범위가 높다. ‘채용’을 할 때도 해당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문화, 규칙을 보여주어 마음에 기업에 맞는 사람을 채용하기 용이해진다. 내부적으로는 기업의 가치를 공유하고, 입사자 교육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아예 컬처북 자체를 ‘상품’으로 내놓는 기업도 해외에는 존재한다(HubSpot).
만약 당신이 MZ 세대이고, 회사에 다녀야 한다면 어떠한 회사에 다니겠는가? ‘왜 준수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규칙’이 잔뜩 적혀있는 규정집에 따라 살아야 하는 회사에 다니겠는가? ‘목적’을 위해 규칙을 최소화 하여 ‘자율성’을 높인 회사에 다니겠는가?
이러한 조직 트랜드는 큰 기업보다 오히려 작은 기업이 따르기가 용이하다. 요즘 유튜브에 보면 ‘중소기업 다니지 마세요’ 라고 찍어 올리시는 분들이 부지기수이다. 그런데 그러한 내용들을 들어보면 대부분 ‘기업의 철학’이 없거나, 그저 오너만의 ‘이윤’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해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도 없고, 이를 중심으로 기업을 정비해볼 생각을 못해서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것은 못해서가 아니라 ‘몰라서’ 일 수 있다.
가인지 대표님께서 각자 상황에 맞게 컬처북 제작 해보라고 홈페이지에 각 기업의 컬처북까지 잔뜩 모아서 넣어주셨다. 이정도 자료 받고 나니, 올 한해 우리 팀을 내가 ‘어떻게’ 정비해 갈 수 있을지 가닥이 잡힌다.
해당 내용을 보면서 앞으로 팀 안에서 ‘몇 가지 규칙 사례를 가지고서 하나씩 이야기 해보며, 우리 팀 만의 규칙을 만들어보면 되겠다’ 싶어진다.